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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금더 다정해도 됩니다 / 김민섭

2025-03-04조회 23

작성자
김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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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잘돼도 괜찮나?‘ 묻는 당신을 향한 응원
- 김민섭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해도 됩니다>를 읽고 -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잘 됨'을 진심으로 빌어준 적이 얼마나 있을까? '당신이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문장 안에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 없이 순도 100%의 진심을 담아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그 문장이 김민섭 작가의 입을 통해 전달된다면 단 1%의 의심도 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몇 년 전 김민섭 작가를 우리 도서관 인문학 강연자로 초청해 실제로 만나 뵙고 난 뒤에 갖게 된 믿음이다.

 
그 당시 작가님께서 들려주셨던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갑자기 취소된 여행에서, 여권의 영문 이름이 같은 이에게 티켓을 양도했던) 이야기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감동을 주었고, 이 사람의 성정은 '다정함'이 기본값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미 세포 하나까지 다정함을 장착한 김민섭 작가가 지금보다 더 다정해지겠다고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해도 됩니다>를 펴냈으니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아니 그 다정함에 더 깊이 빠져보고 싶었다.

김민섭 작가는 작가로, 기획자로, 출판사 '정미소'의 대표로, 서점 '당신의 강릉' 운영자로, 비영리 사단법인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의 이사장으로, 간간이 대리운전하는 사람으로 그리고 말하고 강의하는 사람으로 분주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는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펴낸 이후, 동료 교수들의 은근한 원망을 견디지 못하고 대학에서 스스로 걸어 나왔다. 대학 밖으로 나와 사람과 세상을 더 깊이 사유하고 조금 더 인간다운 삶을 이끌어 내기 위해 '다정함'이 친구와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는 그를 응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해도 됩니다>는 김민섭 작가가 지난 몇년 동안 이 시대를 살아오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감정과 더불어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성찰이 담긴 책이다. 그리고 '다정함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고 사유하고 실천하는 작가의 삶의 기록이면서 조금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적극적인 연대를 강권하는 책이다.
 
다정함이라는 조건을 넣어 다시 쓰기를, 타인을 상상하는 일상의 다양한 선택들이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모두를 조금 더 인간다운 삶으로 이끌어나간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다정함을 잃지 않는 것, 누군가를 인간성을 상실한 극한 상황으로 내몰지 않는 것, 모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다정한 기술 사회의 도래는 가능할 것이다.(26)
 
우리는 현재 AI, GPT가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기술의 편리함과 시간을 아껴주는 친절함에 도취되어 우리가 오랫동안 공부하고 지켜온 인문학의 쓸모를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결국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라는 질문을 더 이상 하지 않는 시대가 오는 것은 아닌지.
 
김민섭 작가가 '다정함이야말로 사람이 가진 고유한 특성이며 이 사회를 지탱시켜온 힘이라고 믿는다(25)'라고 확신하고 계시는 것처럼, 문득이라도 우리가 지켜온 '다정함'이라는 감각을 떠올릴 수 있기를, 다정함만은 계속 이어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상대방에게 보내는 다정함은 돌고 돌아 더 크게 퍼져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응원받는 마음, 응원받을 자격

이 글의 서두는, 조건 없이 긍정의 마음으로 누군가의 잘 됨을 응원하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는 이야기로 시작했었다. 작가는 타인을 어떠한 마음으로 응원해야 할지도 중요하지만 어떠한 마음으로 그 응원을 받아야 할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54)고 말하고 있다. 응원받는 마음, 응원받는 사람의 태도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응원받을 자격에 관한 글을 읽다가 아주 반가운 문장을 마주할 수 있었다.
 
언젠가 모 독자가 나의 책을 읽고 쓴 "이 작가가 잘되면 좋겠다. 그의 잘 됨이 우리의 잘 됨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라는 서평을 읽었다. 그 순간 한 사람인 그는 내게 2000명이 넘는 의미로 다가왔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나를 읽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무엇을 써야 하지, 아니 어떻게 살아가야만 하지. 이러한 응원은 나에게 어떠한 태도로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돌아보게 만든다. (56)
 
내가 '모 독자가 쓴 서평'의 당사자이다. "이 작가가 잘되면 좋겠다. 그의 잘 됨이 우리의 잘 됨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를 읽고 진심으로 작가님의 잘 됨을 바라며 쓴 문장이다. 선한 사람이 잘 되는 사회, 선한 연결을 꿈꾸는 사람이 잘 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겨 있었다. 내가 쓴 한 문장이 김민섭 작가에게 2000명이 넘는 의미로 다가갔다고 하니, 이보다 더 기쁠 수가 없었다.

나 역시 가끔씩 누군가로부터 응원의 말을 듣곤 한다. 개인적으로 지난 한 해 동안 '매일 한 권씩 책 소개하기' 200권 목표를 달성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격려와 감사의 말들을 들었다. 그들이 건네는 따스한 언어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나를 일으켜 세우는 강력한 힘이 되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순간에, 멈추어 서서 손 내밀고 토닥여주는 다정함은 한 사람의 세계를 더욱 단단하게 직조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실제로 경험했다. 누군가의 삶을 견인하는 데 있어 때로는 포근하면서 선명한 말들이 필요할 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감한 사람이 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타인을 동정하고, 그것으로 다정한 사람이 되고자 할 때, 우리는 어느 시대에든 여전히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92)이라고 생각한다.

김민섭 작가는 '나는 글로써라도 나의 삶을 견인해 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 글과 닮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73) 고 고백했다. 작가가 글과 삶을 포개어 좋은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듯이 우리도 각자의 방식으로, 각각의 형태로, 다양한 움직임으로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면 암울하고 답답한 시대일지라도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고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간에게 남은 마지막 가치 '다정한 선택'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는 책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해도 됩니다>가 널리 읽혀, 타인과 연대하고, 그가 잘 되는 것이 내가 잘 되는 것이라 믿는 다정한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타인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지 살펴보면서 차가운 마음을 서로의 온기로 데워주며 추운 겨울을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다.

작가는 이 책에서 '다정함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와 다른 타인에게서 나를 발견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발견하는 일이며, 그의 처지가 되어 사유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서로의 잘됨을 위해 움직이는 행위이다. 그러한 선택은 어디에서 소멸되지 않고 누군가를 통해 연결되고 확장되어 반드시 다시 내 앞에 나타난다. 우리가 말하는 선한 영향력이라는 것의 실체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231)'라고.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해도 됩니다>는 나만 잘되어도 괜찮은지 묻는 당신에게, 착함과 친절함을 비웃지 않는 당신에게 김민섭 작가가 전하는 기적과도 같은 '다정함 회복 프로젝트' 실천편이라고 말하고 싶다. 2025, 작지만 빛나는 기적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