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고백 / 김영민
2024-11-20조회 5
-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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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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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고백
서울대 김영민 교수가 2007년부터 2024년까지
17년간 써 내려간 문장을 선별해 엮은 아포리즘집입니다.
이 책의 <발문>에서 김영민 교수는 아포리즘을 '드립'이라고 표현하고,
드립은 '언어로 된 술잔'이라고 정의합니다.
<발문>을 <본문>보다 재미있게 읽은 책은 이 책이 처음인
것 같아요. 제가 왜 이렇게 말하는지는 6장에 걸쳐 써 내려간
형광노란색 페이지를 보시면 바로 아실 수 있으실거에요. ^^
그렇다고 본문이 결코 가볍지는 않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단문 일부를 성찰적 드립이라고 표현하는데,
드립을 통해서만 비로소 표현되는 삶의 진실이 있으며
드립은 무력한 일상의 작은 변혁이자, 사소한 혁명이자,
진지한 행위예술이자, 제도화되지 않은 문학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책은 3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1부 <마음이 머문 곳> 에서는 '인간이란 무엇이며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2부 <머리가 머문 곳>에서는 삶을 위한 공부의 이유와 태도와
지향점을 이야기합니다.
3부 <감각이 머문 곳>에서는 영화, 미술, 만화, 문학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향유하는 김영민 교수의
예술 컬렉션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여백을 많이 남긴 편집의 책인데, 매 페이지마다
성찰적 단문들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여백을 둔 이유는, 독자들로 하여금 곱씹어 읽고 또 읽으며
깊이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함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밥이 많지 않아서 맘 먹으면 1시간 내에도 읽을 수 있지만,
반복해서 읽어야 진짜 글맛을 알 수 있기에 오래 잡고 있었던 책이에요.
* 성찰적 단문이란 '정신의 빈 곳을 가격'하는 짧은 문장이다.
견문하고 반문하고 의문하고 탐문하고 자문하게 이끄는 문장이다.
누구나 인생행로에서 많은 산을 넘어야 한다.
산에는 두 종류가 있다. 산 그리고 산 넘어 산(36쪽)
삶의 질을 측정하고 싶다면, 행복의 정도를 알고 싶다면,
근심 없이 아침 산책을 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라.(39쪽)
가끔 멈추어 서서 자문할 필요가 있다.
'나는 무엇을 감내하고 있나. 그리고 왜?'(80쪽)
성장이란 허장성세와 근거 없는 희망과 비문으로 점철된
자신을 첨삭해가는 과정이다.(106쪽)
경청은 중요하다. 이 경청에는 자신에 대한 경청도 포함된다.(163쪽)
여행이란 세상 끝까지 가보고 싶다는 마음과,
어디에도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낳은 자식이다. (214쪽)
성찰적 단문은 “바른말들, 고운 말들, 엄격한” 말들과 다르다고 합니다.
그것은 명령, 조언, 충고와 다르며 통념을 깨트리는 통찰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통념을 견고하게 만드는 감찰, 사찰하는 언어와도 다릅니다.
목에 힘을 주고 볼문율을 강조해 깊은 한숨을 내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목에 힘을 풀고 불문율을 깨뜨려 자유롭게 심호흡하게 만듭니다.
[알라딘 서점 인용]
숨가쁘게 살아가다가도 가끔은 멈추어 서서
자문할 필요가 있다는 작가의 말에 동의합니다.
내가 무엇을 감내하고 있는지
무엇을 즐기고 있는지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무엇이 나를 살게 하는지
가끔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돌아봐야
그 다음 발걸음이 가벼워지지 않을까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