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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즐랜드 자매로드 / 황선우 김하나

2024-11-19조회 3

작성자
김은미
이메일
퀸즐랜드 자매로드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이후
황선우 김하나 작가님이 함께 낸 두 번째 작품으로
두 분이 함께 다녀온 퀸즐랜드 여행기입니다.
호주 퀸즐랜드 관광청의 초대로 여행이 시작되었고
이 책을 내기 위해 많은 전문 인력이 함께한
철저하게 기획된 여행이었다고 해요.
살짝 스포를 하자면 이 책의 반은 컬러 사진이 차지하고 있어요.
글과 더불어 작품 사진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직전에 떠났던 여행기인데
코로나의 막바지에 출판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마음껏 떠날 수 있는 시기가 되었으니
지금 읽으면 딱 좋을 것 같아요.

여전히 함께 살고 있는 두 분 작가님은 성향이 매우 다릅니다.
한 사람은 미니멀리스트 또 한 사람은 맥시멀리스트.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그 성향은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해요.
그 다름을 이해하고 서로 맞춰가며 살아가고 있는
두 분의 모습은 제가 여전히 부러워하고 꿈꾸고 있는
삶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 책 속 에피소드 중 서핑 강사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초보 서퍼들에게 '틀렸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는 서핑강사.
서핑 보드 위에서 수도 없이 기우뚱하고 나자빠질때도
절대로 지적하지 않고 러블리! 퍼펙트! 뷰티풀!
외치는 모습이 매우 낯설었지만
그의 직업관과 삶의 신조를 읽을 수 있어서
매우 반가웠던 기억이 납니다.
 
"서핑이 처음부터 모두에게 쉽다면 내 직업이 없어질걸?
일어서서 균형을 잡았으니 넌 이미 대단해.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마. 지금 즐거우면 되는거야. “
 
취미이든 배움이든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해내려고,
최고가 되려고 기를 쓰는 우리들에게
"너무 애쓰지마. 그냥 즐기면서 살아.
무조건 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 천천히 가자"
라고 격려하고 위로하는 듯한 메시지여서
이 에피소드에서 마음이 녹아내렸습니다.

여행이란 나 자신을 낯선 환경 속에 던져놓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러 가는 일이다.
거꾸로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나에게 최적화된
즐거움을 추구하러 가는 행위이기도 하다.
모든 일이 기대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사실,
어떤 경험도 단정하거나 장담할 수 없다는 점,
심지어 나 자신조차 내가 예상한 것과
다른 사람일 수 있다는 빈틈들을 기꺼이 껴안을 때
여행은 훨씬 흥미진진해진다.
(67)
 
내 안의 빈틈을 기꺼이 껴안을 때 여행은
훨씬 흥미진진하다는 말. 너무 멋지네요.
틀에 박힌 여행이 아니라
내 안에서 자유로움을 마음껏 꺼내놓을 수 있는
그런 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그을린 살갗의 색에는 그곳에서 배운 낙관이,
여유가, 느린 속도와 타인에 대한 포용력이
나에게 일으킨 변화가 포함되어 있다.
그 힘으로 당분간을 살아갈 것이다.
그리워하며 가끔 돌아갈 것이다.
평생 기억할 것이다.
여행이 단순히 일상에서 벗어나는 시간일 뿐 아니라
우리 삶의 색깔을 조금씩 바꿔놓는 경험이라면,
그건 퀸즐랜드주의 햇살 같은 것이
오래 남아 우리 안팎을 밝히기 때문이다.
(231)
 
여행 뒤에 돌아온 현실은 또다시 각박할 수도 있고
숨 쉴 틈 없이 분주할 수도 있을거에요.
그러나 여행지에서 느꼈던 경험들을
기억하고 추억하고 곱씹으면서
우리는 또 그렇게 살아가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