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그린 사람 / 은유
2024-11-18조회 4
-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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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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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그린 사람
은유 작가님은 인터뷰어로 유명합니다.
은유작가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싸울때마다 투명해진다>라는 책을 통해서였어요.
그리고 <다가오는 말들> <쓰기의 말들> <글쓰기의 최전선> 등
글쓰기 관련 책을 통해 작가님의 찐팬이 되었고,
미등록 이주아동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 <있지만 없는 아이들>과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통해 팬심은 극대화되었습니다.
그리고 2022년 6월. 또 한권의 인터뷰집
<크게 그린 사람>을 만났습니다.
이 책은 세상에 지지 않고 크게 살아가는
18인의 인터뷰를 담고 있습니다.
한가지 주제를 따라가고 있지는 않아요.
서로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알고보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가 사람의 크기를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 혹은 너무 멀거나 너무 가까워서
사람을 보지 못한다.
세상이 축소해서 못 보고 지나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좋은 인터뷰는 안 보이던 사람을 보이게 하고
잘 보이던 사람을 낯설게 하는 것 같다.
나는 이런 사람을 크게 그리고 싶었다.
모두가 쳐다보는 아름다운 사람이 아니라
아름다운 삶이 무엇인지 사유를 자극하는 사람들,
누구나 부러워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
살아가는 일 자체로 모두의 해방에 기여하는 사람들.
사람을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들.
(7쪽)
인권기록활동가 홍은전: 내가 노들에서 십몇 년간 한
모든 것이 차별을 저항으로 만드는 일이었구나.
차별과 저항이 얼마나 멀고 이어지기 어려운 일인지 알았죠.
그게 얼마나 어렵냐면 내 청춘이 거기 다 들어간 거예요.
우리의 청춘이. (중략) 누군가 광장에서 운다는 건
다른 사람을 위해서 우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청년예술가 조기현: 때로는 위악이 위안이 된다고.
과학수사대 경찰 원도: 생각보다 부서지기 쉬운 한 명의 인간,
부서지는 사람들을 수습하며 매일 부서지는 그를 되살리는 힘은, 소신보다 월급이다.
그래서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다.
경찰은 직장이다.
가수 시와: 일단 저는 잘 우는 사람이고요.
부끄럽지만 부끄러워하지 않으려고요.
왜냐하면 눈물도 말이잖아요.
소설가 김중미: 사람과 사람 사이 거리를 두어야 하는
펜데믹 시대에 김중미가 내놓은 생존 키워드는 '곁'이다.
소설가 김혜진: 일이란 것 자체가 배우고 성장하는 것도 있지만
사람의 고유성을 훼손시키면서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한양대의대교수 신영전: 공감능력은 필요한데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몸과 마음에 쿠션이 튼튼한 사람이 의사가 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의사는 건강을 다른 이들에게 전염시켜야 되거든요.
공감능력과 회복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환자는 위로가 되죠.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이원 김진숙: 가장 무서운 형벌은 반복을 반복하는 것.
해고 이후 희망을 가졌다 빼앗겼다를 반복하는 동안
그의 몸은 얼었다 풀렸다를 반복했다.
국회의원 보좌관 박선민: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의 뛰어남'이 아니라
'개인의 부족함을 보완할 팀'이라고 그는 정리한다.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람을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들,
사람이 중심인 사람들의 인터뷰집입니다.
읽는 내내 그동안 제가 가지고 있었던 편협한 생각들과 무지함을 반성했고,
제 삶의 얼굴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