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이끄는 곳으로 / 백희성
2024-11-13조회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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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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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이끄는 곳으로
프랑스에서 10여년 간 건축가로 활약한 백희성이 쓴
‘건축을 모티브로 한 소설’입니다.
백희성 작가는 프랑스에서 젊은 건축가에게 수여하는
‘폴 메이몽 상’을 아시아인 최초로 수상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실재하는 여러 건축물과 그 안에 깃든 따뜻한 가족의 이야기를
팩션(팩트에 약간의 허구를 덧붙임)으로 엮은 소설이에요.
소설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건축물의 구조에는 관심이 있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완전 몰입해서 읽으실 만한
굉장히 색다른 소재의 소설입니다.
저는 반대로 소설은 좋아하지만 건축물에는
그닥 관심이 없는 사람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읽다 보면 빛의 방향과 모양을 막 상상하게 되거든요.
그리고 중간 중간 작가가 직접 그려 넣은 삽화를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소설의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파리의 건축가 뤼미에르에게 어느날 아침 부동산으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 옵니다.
파리 시테섬의 유서 깊은 저택이 헐값에 나왔다고
집을 보러 오라는 전화였습니다.
집을 사는 과정에서 몸이 편치 않은 집주인을 만나러
스위스의 요양병원으로 찾아가게 됩니다.
요양병원은 중세 수도원을 개축해 지은 독특한 형태의 병원이었습니다.
뤼미에르는 병원을 둘러보다 건축물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건축가로서의 호기심으로, 건물 곳곳에 숨겨져 있는
빛과 관련된 비밀을 찾아나서게 됩니다.
그리고 집주인의 아버지가 자신의 방식으로
아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사랑의 메세지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기억의 힘'만으로도
삶을 단단하게 지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소설은 완벽하게 건축가의 시선으로 전개됩니다.
이렇게 건축물에 대해 디테일한 묘사를 한 소설은
한번도 본 적이 없어요.
빛, 바람, 기억, 시간, 선, 면, 소리 등을 재료로 삼아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이 보태져서 직조된
아주 놀라운 소설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건축가가 조금 부족한 공간을 만들면 그곳에 사는 사람이
나머지를 추억과 사랑으로 채운다는 겁니다.
그때 비로소 건축이 완성됩니다. (330쪽)
그때 나는 비로소 사람의 추억과 사랑이 담기고
흔적이 남는 것이 바로 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337쪽)
'집'이라는 공간이 갖는 의미는 각자 다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는 행복, 누군가에게는 아픔,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공포일 수도 있겠죠.
집을 이야기할 때 '사람'을 빼놓을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사람과의 관계가 집을 규정하는 잣대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잠시 머물다 떠날 수도 있는 곳이 집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좋은 기억, 좋은 흔적, 좋은 향기가 남아 있는 집으로
기억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