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어른 / 이옥선
2024-11-12조회 18
- 작성자
-
김은미
- 이메일
-
즐거운 어른
이옥선 작가님은 독보적인 말솜씨와 글쓰기로
여성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쓴
김하나 작가의 어머니이시고, 김하나 작가의 어린시절을 기록한 육아일기
<빅토리 노트>를 통해 작가로 데뷔하신 신인작가님이십니다.
<빅토리 노트>를 읽고 딸의 어린시절을 이토록 세세하게
기록해 놓았다가 완성도 있는 책으로 엮어내셨다는 사실에 놀랐고,
하나 작가 못지않은 범상치 않은 단단한 필력에
또 한번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첫 책 이후 이렇게 빨리 단독 에세이를 가지고
나타나실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심지어 76세의 나이에 단독 저서를
당당히 출간하셨습니다.
또한 출간 40일만에 10쇄를 찍고
출간 즉시 에세이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출판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계십니다.
<즐거운 어른>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노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입니다.
우리 모두가 지나가게 될 그 시기를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삶일지 생각하게 합니다.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참 두려운 일일거에요.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미래이기 때문에
막연하게 상상해보곤 하는데, 그 미래를 먼저 맛본 선배가
들려주는 실제 경험담이라서 크게 와닿더라구요.
매사에 쫓기듯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는 현대인과 젊은이들에게
이옥선 작가는 '대충' '최선을 다하지 않고' '다 지나간다'는
마음으로 살아보자고 당부합니다.
지나간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붙들리지 않고
살아가는 자유로운 어른은, 그럼으로써 더 많은 것을 발견하고
배우고 즐길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작가님의 솔직하고 호탕한 일갈과 칼칼한 유머 덕분에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책 제목처럼 아주아주 명랑하고 즐거운 책입니다.
나는 중년의 내 자식이 자신의 업계에서 유능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유능한 사람과 유명인은 다르다.
유능한 사람은 자기에게 맡겨진 일을 차질 없이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40 중반을 넘고 50을 향해 가는 사람이 유능하지 않으면
평균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며 살아가기도
힘든 것이 세상이기 때문이다. (113쪽)
나는 이제 어느 정도 자유롭다. 관습과 도덕으로부터,
또 종교와 신념으로부터, 이런저런 인간관계로부터도 거의 자유롭다.
다만 죽음의 두려움으로부터는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으며
지금까지 먼 길을 온 것만으로도 나는 감사한다. (214쪽)
유쾌하고 명랑하고 당당하면서 자유롭게 사는 어른일지라도 죽음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할거에요.
오래전부터 함께 모임을 하던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아프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서 죽음에 대한 자각도
뚜렷해지셨다는 작가님.
연명 의료로 본인과 가족 모두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어느날 갑자기 심장마비로 고독사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작가님.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남은 시간, 인생의 골든 에이지를
명랑하고 씩씩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작가님의 바람에
저 역시 깊이 공감했습니다.
70대 후반의 작가님이 쓰셨다는 이유로,
당연하게 이 책에서 어떤 통찰력이나 교훈을 기대하는
독자들도 있을지 모르겠어요.
미리 밝히자면 이 책은 그러한 거대 담론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소소한 일상과 사소한 깨달음으로 인해
노년의 삶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음을 증명해 주는 책이기에,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책을 읽는 내내 저 역시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
즐거운 일들을 찾아내려 노력하면서,
소소한 배움에 기뻐하면서
즐거운 할머니로 나이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김하나 작가의 어머니'라는 타이틀 없이
'작가 이옥선'으로 독자들과 계속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