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으로부터 / 정세랑
2024-11-11조회 13
-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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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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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피프티 피플>이라는 소설로 정세랑 작가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리고 <보건교사 안은영> <지구에서 한아뿐>까지
너무 재미있게 읽은 이 소설들 덕분에
정세랑 작가의 신작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고 결국 <시선으로부터>를 만났습니다.
첫 페이지에 쓰여있는 작가의 싸인 문구가 인상적이었어요.
'사랑하는 이름들을 힘껏 지키는 쪽으로' 라고
쓰여 있습니다.
너무 멋지지 않나요?
이 책의 제목 속 '시선'은 등장인물의 이름입니다.
제목만 보고 우리가 바라보는 '시선'을 뜻할거라고
예상을 했었는데
심.시.선.
한 시대를 멋지게 살다가 여성 예술가의 이름이었어요.
소설은 그녀로부터 뻗어나온 가족들의 이야기들로 구성됩니다.
심시선 여사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온 가족이
하와이로 떠난다는 조금은 특별한 설정에서 출발하고
가족들 각자의 방식으로 그녀를 기억하고 애도하면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담고 있어요.
지난 세기 여성들의 마음엔 절벽의 풍경이
하나씩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최근에 더욱 하게 되었다.
십 년 전 세상을 뜬 할머니를 깨워,
날마다 모멸감을 어떻게 견뎠느냐고 묻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떻게 가슴이 터져 죽지 않고 웃으면서
일흔아홉까지 살 수 있었느냐고.
(15쪽)
작가는 이 소설을 '20세기를 살아낸 여자들에게 바치는
21세기의 사랑'이라 정의합니다.
무조건 서로를 보듬고 이해하는 관계는 아니지만
이 가족들만이 가지고 있는 촉촉함과 뜨끈함이
느껴져서 저는 읽는 내내 따뜻했어요.
그리고 '작가의 말' 마지막 문장에
'심시선처럼 죽는 날까지 쓰겠다'라는 글이 있어서
왠지 안심이 됐어요.
정세랑 작가의 작품을 계속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독자로서 너무너무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