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역은 요절복통 지하세계입니다 / 이도훈
2024-11-07조회 15
-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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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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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역은 요절복통 지하세계입니다
언젠가 버스기사가 쓴 에세이를 소개한 적이 있는데요.
이번에는 지하철 기관사가 쓴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현직 부산지하철 기관사의 인간관찰기입니다.
8,8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브런치북 대상작으로 선정된 작품이에요.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직업의 세계가
참 다양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한마디로 천신만고 끝에 기관사가 되어 진입한
지하세계에서 발견한 빛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요절복통할 정도로 웃음을 자아기도 하고,
때로는 직업정신의 숭고함에 고개가 숙여지기도 해요.
이도훈 기관사는 지하철 미세먼지로 인해 천식을 얻고,
때론 온갖 사건사고들 속에서 식은땀을 흘렸으나,
끝내 그곳에서 만난 것은 ‘빛’과 같은 ‘사람’들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지하철에서는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법한
지하철 빌런들이 수없이 타고 내린다고 해요.
그러나 기관사는 승객들이 가고자하는 목적지에, 정확한 시간에,
안전하게 내려줘야 하기 때문에,
그 혼돈을 들키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고 합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었기에
우리는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던거였어요.
또한 이도훈 기관사는 종착역에서 늘 승객들에게
이렇게 안내방송을 한다고 합니다.
별거 아닌 멘트일 수도 있지만, 저는 뭉클한 무언가가 느껴지더라구요.
“우리 열차의 마지막 역인 양산역입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모두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잊으신 물건이 없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시고,
안 좋은 일 슬픈 일들은 열차에 두고 내리시면 저희가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부산도시철도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람에게 중요한 건 지금 어떤 좌표에 놓여 있는가보다
어떤 방향성을 가지는지가 아닐까.
어디를 바라보고 나아갈지, 그래서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지,
마침내는 그 시간이 모여 한 시절을 완성해내기 때문이다.
(165쪽)
어떤 일을 함에 있어 동전의 앞뒷면처럼
책임감과 부담감이라는 양면성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책임감은 부담감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자부심을 가지게도 하죠.
내 손위에 올려진 책임감이라는 동전에서
부담감보다 자부심이라는 면을 위로 올려놓고
쥐고 있는다면 한 시절을 살아내기가
조금은 더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삶은, 어쩌면 목표보다는 방향성이 중요한 걸 수도 있으니까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가장 초라한 형태의 힘으로 가장 중요한 것을 지켜냈던
이도훈 기관사처럼요.
이도훈 기관사는 역무원과 공익요원, 청소여사님,
관제사 등 어벤져스 저리 가라 할 법한 살벌한 팀원들과 함께
여전히 이마에 작은 등을 켠 재 오늘도
부산 2호선 지하철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 덧붙임 : 중간 중간 삽입되어 있는 김나훔 작가가 그린
삽화가 아주 살벌하면서 리얼합니다. ㅎㅎ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으실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