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멜로디 / 조해진
2024-11-06조회 14
-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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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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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멜로디
조해진 작가의 전작 소설집 <빛의 호위> 속 단편에 등장했던 인물
‘권은’과 ‘승준’의 이야기를 한뼘 더 확장해
발표한 장편소설이 <빛과 멜로디>입니다.
작가의 대표작 <단순한 진심> 이후 5년 만에
독자들과 만난 소설이에요.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도
부드럽고 정확한 문장으로 순도 높은 간절함과
진정성 있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는 작가 조해진은,
사회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인물들의 삶을
꾸준히 들여다보고 그려내고 있는 작가입니다.
소외된 인물들이 외롭지 않게 글로써 연대하는 작가님이세요.
<빛과 멜로디>는 어린 시절의 잊지 못할 추억을 나눠 가진
'권은'과 '승준'이 성인이 되어 다큐멘터리 작가와 기자가 되어
재회한 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부모에게 버림받고 방구석에 방치되어 있던 '권은'은
같은반 반장이었던 '승준'에게 선물 받은 카메라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오고 다시 세상과 연결되어 살아가기로 결심합니다.
'권은'은 빛이 피사체를 감싸는 순간의 온기가 좋아
사진을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전쟁의 현장, 분쟁의 현장에서 폭격이나 포격의 순간이 아닌,
사람을, 사람을 살리는 사진을 찍으며 살아갑니다.
시리아 내전 현장에서 사진을 찍다가 다리 하나를 잃게 되지만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도 상대방을 향한
호의의 손길을 내미는데 주저함이 없고,
작은 빛으로 연결된 사람들의 삶 속으로 파고듭니다.
내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네가 이미 나를 살린 적 있다는 걸,
너는 기억할 필요가 있어.(120쪽)
또한 소설 속에서 저마다 국적과 나이가 다른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죽음과 고통이 난무하는 상황에서도 타인을 향한 친절과 자비의 마음,
환대의 손길, 기꺼이 손을 맞잡는 용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세상이 지금보다 황폐해져 네가 기대어 쉴 곳이
점점 사라진대도, 네가 그것을 잊지 않는 한,
너는 죽음이 아니라 삶과 가까운 곳에 소속돼 있을 거야.
아무도 대신 향유할 수 없는 개별적이면서 고유한 시간 속에...
네가 어디에 있든, 언제까지라도...(247쪽)
혹시 송중기 주연의 <로기완을 만났다>라는 영화 보신 분 있으신가요?
그 영화의 원작 소설을 쓰신 분이 조해진 작가님이십니다.
폭넓은 매니아층을 가지고 있고 저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작가님이라서 도서관 강연자로 초청해서
북토크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요.
차분하면서 조용하고 절제된 언어로 청중을 압도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빛과 멜로디는>는 ‘조해진이 조해진했다.' 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작가만의 색채, 작가가 지닌 따뜻한 결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소설이니까 꼭 한번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 혹시라도 '나는 조해진 작가의 책을 단 한 권만 읽겠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해외 입양 문제와
기지촌 여성의 존재를 틔워 올려 많은 독자들에게
위로를 전한 소설 <단순한 진심>을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