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막걸리를 마신다면 / 설재인
2024-10-18조회 16
-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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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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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막걸리를 마신다면
얼마 전에 소개한 편성준 작가님의
<읽는 기쁨>에 담겨 있던 책입니다.
한번 잡으면 손에서 놓을 수 없는 페이지 터너 소설이에요.
설정이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주인공 엄주영은 막걸리를 마시다가 갔던
화장실 세번째 칸에서 갑자기 다른 세계로 넘어갑니다.
과거 혹은 미래가 아닌 평행세계로.
여러분들은 평행세계로 넘어간다면
어떤 설정값으로 살아가고 싶으신가요?
이 소설 속 평행세계에는 나와 이름이 같고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났으나
성별이 다른 또 다른 내가 살고 있습니다.
두명의 엄주영은 폭력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같은 환경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완벽하게 다른 모습으로 성장했습니다.
남자 엄주영은 아버지의 모습을 답습하며
망나니짓을 하며 살아가지만
여자 엄주영은 불행해질 여자들을 구하며 살아갑니다.
어느 순간 독자들은
“나도 너랑 똑같은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너처럼 되지 않았어.”
라고 외치는 여자 엄주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남자 엄주영이 하루빨리 정신을 차리고
개관천선하기를 바라게 됩니다.
설재인 작가님의 책을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등장인물들의 매력을 배가시키기 위한
티키타카 능력이 탁월한 작가님이시더라구요.
‘큭큭’ 하고 웃다가 어느 순간, 어떤 장면에서
울컥하게 만드는 힘이 엄청난 작가님이셨어요.
웃음 코드 안에 사회적 메시를 담아내는 능력 또한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나는 가끔 내 상황이 테트리스 같다는 생각을 해.
아주 많이 잘못 쌓인 블록들이 있을 때
긴 블록 하나가 내려오면 갑자기 앞날이 뻥 뚫리잖아.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네가 나한테는 긴 블록 같은 존재야.
그러니까 우리, 몇 줄이라도 더 터뜨리게,
그래서 숨 고르고 공간 확보하고
다시 최고 점수를 내다볼 수 있게.
그렇게 좀 힘을 내자.
(93쪽)
답답하고 막막하고
길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때
긴 막대 테트리스 블록같은 누군가가 짠~ 하고 나타나
막힌 길을 뻥 뚫어준 경험 있으신가요?
어떤 존재일 수도 있고
어떤 사물일 수도 있고
어떤 상황일 수도 있구요.
물론 긴 막대 블록이 적시에 항상 나타나는건 아니죠.
긴 막대 테트리스 블록을 기다리다
Game Over가 될 때도 있어요.
그러나 인생이 단 한판에 끝나는건 아니잖아요.
다시 새로운 판을 시작하면 되죠^^
운이 좋으면 긴 막대 블록이 두번째 판에도 세번째 판에도
연달아 나타날 수 있으니까
잠시 숨고르기 하면서, 공간과 여백을 확보하면서
힘을 모아보면 어떨까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앞날이 뻥 뚫려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이미 걷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