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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여자, 작희 / 고은규

2024-09-30조회 75

작성자
김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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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여자, 작희


 
펴내는 소설마다 참신한 인물 설정과 몰아치는 입담으로
유쾌한 이야기꾼이라고 평가받으며
독자들에게 읽는 즐거움을 선사해온 고은규 작가의 신작 소설입니다.
작가 전문 퇴마사라는 독특한 소재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며
서로에게 가닿는 쓰는 여자들을 등장시켜
독자들을 읽는 사람의 즐거움 속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이 소설을 한마디로 말하면
시공간을 초월한 쓰는 여자들에게,
글쓰기 자체가 꿈인 이들에게,
청탁없이도 그저 좋아서 홀로 몰두하는
모든 장르의 창작자들에게
고은규 작가가 내미는 따듯한 연대의 손길입니다.

<쓰는 여자, 작희>는 소설을 쓰는 은섬과 작업실 동료들이
'작가 전문 퇴마사'를 초빙하면서부터 시작됩니다.
작가들 옆에는 글쓰기를 방해하는 잡귀가 항상 따라다니기 때문에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퇴마사가 나서서 잡귀를 퇴치해야 한다는
흥미로운 설정의 소설이에요.
퇴마사 말에 의하면 은섬 곁에는 '작희'라는 여성(귀신)
항상 서있답니다.
최근에 은섬은 팔십여 년 전에 이작희라는 여성이 남긴
일기장을 들여다보고 있는 참이었거든요.
일기의 주인은 일제시대때 무명의 '쓰는 여자'로 살았던 이작희.
작희보다 먼저 '쓰는 여자'로 살았던 이작희의 어머니 김중숙.
두 여인의 삶을 오가며 소설의 스토리가 밀도 있게 전개됩니다.
요즘도 문학계에서 가끔씩 거론되고 있는
표절, 대필, 선배 작가의 갑질...등의 사례가 이 소설에도 등장하는데요.
'예나 지금이나 사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훌륭한 작품을 썼지만 이름을 가지지 못한 작가들이
무수히 많다고 합니다.
작가로 성공한다는 것은 실력과 더불어
기회와 행운도 따라야 하는 일인것 같아요.
수많은 무명의 작가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쓰는 이유는 뭘까?
청탁없이도 쓰는 일에 몰두하는 이유는 뭘까?
궁금했었는데 이 책에서 알려주었습니다.

내가 왜 글을 쓰냐면..나만 아는 세계가 있어요.
그 세계를 여럿이 함께 알고 싶어서
글을 쓴다고 하면 이해가 되나요?
(216)

그때 느꼈단다. 누구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끝을 쓰는 사람만이 작가가 된다는 것.
(217)

이 소설속 작희는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정식으로 공부를 하지는 않았지만
어머니를 통해 글을 배운 뒤 당당하고 올곧은 마음으로
살아간 여성입니다.
억눌리고 빼앗기고 무시당하면서도 글을 포기하지 않고,
글에 기대어 살았던 신여성의 삶을 따라가다 보니
감동이 몰려와서 계속 울컥 울컥 올라오더라구요.

작희를 비롯해 작품 속 주요 여성 등장인물들의 삶이
안타깝고 비극적으로 그려지고 있어
읽는 내내 자주 먹먹했지만
그렇다고 소설의 분위기가 어둡거나 우울하지는 않습니다.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와 서로를 챙기고 보듬는 이들의 관계 때문에
전적으로 슬프고 아프지만은 않더라구요.

우리는 일상에서도, 업무에서도 '쓰는 일'을 잠시도 멈출 수가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이 여성 뿐만 아니라
'쓰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