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마음이 들리는 공중전화 / 이수연
2024-09-04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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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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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마음이 들리는 공중전화
세상을 떠난 사람의 마지막 마음을 들을 수 있는
공중전화가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연들이 모이는 심리부검센터가 있고
그 근처에 홀로 덩그러니 남겨진 공중전화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은, 그 공중전화에서
떠난 사람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겁니다.
그리고 수화기를 통해 고인의 마지막 목소리가 들립니다.
저는 '심리부검'이라는 단어를 이 소설을 통해 처음 접했습니다.
'심리부검'이란 자살자의 자살 원인을 추정하는 과정을
일컫는 행위라고 합니다.
자살과 죽음이라는 어둡고 금기시되는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이 소설에는 뜨거운 찬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무거운 주제를 섬세하고 아름답게 다루는
작가의 진정성때문인 것 같아요.
이 소설은 남겨진 우리가 먼저 떠난 사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그 엄청난 슬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상실로 힘들어하는 다른 누군가가 있을 때
어떻게 위로해야 하는지를 세심하게 알려줍니다.
이 소설을 쓴 작가 이수연도 자살 시도 생존자였지만
현재는 자살 예방 및 정신질환 인식개선 강연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파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진짜 소설’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판타지적 성격이 강한 소설이지만,
성숙한 애도와 극복의 과정을 차분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필력과 아름다운 표현방식 덕분에
읽는 내내 울컥했습니다.
각자의 슬픈 사연을 읽을 때는 너무나 가슴이 아팠는데,
소설 속 인물들이 고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진정한 애도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희망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녀가
'어떤 방법으로 죽었느냐'가 아니라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느냐'에 대한 회고였다.
애도란, 그 삶을 받아들이고 소화해 내는 과정이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대화하며 마음을 나누는 것,
그게 바로 수용이란 걸 지안은 진작 알아챘던 것이다.
(244쪽)
다 죽는 세상에서 다음은 없어.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그러니 다시 생각해봐.
함께해야 할 순간은 지금이야.
(352쪽)
슬프게도 죽음은 우리 주변에서 매일같이 일어납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세상을 떠납니다.
상실과 슬픔을 견뎌내는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애도할 것인지
혹은 남겨진 자들에게 어떤 기억을 남겨줄 것인지
생각해 보게 했습니다.
또한 세상을 떠난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고
그의 마지막 마음을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소설을 덮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실제로 심리부검센터와 마음이 들리는 공중전화가
존재했으면 좋겠다고.
언젠가 떠날 누군가와 남겨진 누군가의 마음을 모두 담아내
조금이라도 슬픔을 덜어내게 해주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이 느껴지는 소설입니다.
독자들은 이 소설을 통해
가슴 속에 묵혀 두었던 상처들을 치유하고,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되실거라고 장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