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우리 생활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다 준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인터넷과 휴대폰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변화라는 것이 모두 긍정적인 측면으로만 작용을 하는 것은 아닐거에요. 변화를 받아들임으로 인해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 잃어버리는 것들 혹은 잊어버리는 것들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가정에서 이 책은 출발했다고 생각됩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애타게 그리워하는 것들, 존재조차 몰랐던 것들, 어쩔 수 없이 작별 인사를 해야했던 것들, 그리고 그 부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X세대(1965년~1979년생 포함)에 속한 사람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아 매우 흥미로웠어요. 필름카메라, 친구들과 수업시간에 주고 받던 쪽지, 비디오 테이프, 플로피 디스크,
LP판, TV 가이드, 도서관 서지카드.... 지금은 사라졌지만 너무나 소중했던, 그러나 약간은 불편했던 시대를 다시 소환해와서 사랑과 낭만으로 채워주는 에세이입니다. 쪽지를 주고 받는 일에 대해 언급한 부분에서 한동안 추억속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습니다 . 수업 시간에 친구들과 쪽지를 주고 받는 행위는, 이제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필요도 없는 일이잖아요. 그당시 쪽지는 복잡한 우정의 네트워크를 탐색하고, 지루한 수업시간을 견디고, 방과 후에 할 일을 계획하는 수단이었는데...^^ 제가 초등학교(아니 국민학교) 다닐때는 교내에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우편함이 있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었는데 무수히 많은 글들을 종이라는 물성에 적어 주고받았던 기억이 나요. 지금은 문자메세지, SNS를 통해 언제든 대화할 수 있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바로 바로 전달할 수 있으니 쪽지에만 담을 수 있었던 따뜻한 정서를 다시는 만날 수 없겠죠? 조금은 서글퍼집니다.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알아가던 때가 그리워. 문자로는 같은 질문을 해도 미묘한 표정과 몸짓의 신호는 전달되지 않으니까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 같아. 매력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요소가 배제되고
언어적 소통이나 조작에 얼마나 능숙한지에만 중점을 두게 되는 것 같고.“ (278쪽) 문자를 주고받다가 뉘앙스를 오해해서 불쾌했던 적이 있으실겁니다. 목소리톤, 표정, 몸짓을 동반해서 전달했다면 오해하지 않았을 상황도
건조한 문자 메세지로 인해 의미가 왜곡될 수 있죠. 우리는 단문 메세지를 유난히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요. 즉각적인 메세지 전달이 가능하니까요. 그러나 각자의 개성과 성향이 배제된 채 텍스트 위주의 소통으로는 전할 수 없는 진심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몸짓도 표정도 하나의 언어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 좋았다는 식의 얘기를
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다시 인터넷 없는 세상으로 돌아가자는 말은 더더욱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어요. 다만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잃어버리는지도 모르고 잃어버리는 것들을 기록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해요. 작가의 의도가 충분히 읽혔고, 잊혀진 그 시절 그 순간을 다시 떠올리며 추억에 잠길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물건들이 있고, 상황들이 있고, 감정들이 있고, 사람들이 있어요. 모두가 그 시절엔 소중했으나 지금은 다시 찾을 수 없는 유실물이죠. 지금 간직하고 있는 것들이 또다른 유실물이 되어 어딘가를 배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