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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두고온 100가지 유실물 / 패멀라 폴

2024-08-09조회 91

작성자
김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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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두고온 100가지 유실물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우리 생활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다 준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인터넷과 휴대폰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변화라는 것이 모두 긍정적인 측면으로만
작용을 하는 것은 아닐거에요.
변화를 받아들임으로 인해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
잃어버리는 것들 혹은 잊어버리는 것들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가정에서 이 책은 출발했다고 생각됩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애타게 그리워하는 것들,
존재조차 몰랐던 것들,
어쩔 수 없이 작별 인사를 해야했던 것들,
그리고 그 부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X세대(1965~1979년생 포함)에 속한 사람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아 매우 흥미로웠어요.

필름카메라, 친구들과 수업시간에 주고 받던 쪽지, 비디오 테이프, 플로피 디스크,
LP
, TV 가이드, 도서관 서지카드....
지금은 사라졌지만 너무나 소중했던,
그러나 약간은 불편했던 시대를 다시 소환해와서
사랑과 낭만으로 채워주는 에세이입니다.
 
쪽지를 주고 받는 일에 대해 언급한 부분에서 한동안 추억속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습니다
. 수업 시간에 친구들과 쪽지를 주고 받는 행위는, 이제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필요도 없는 일이잖아요.
그당시 쪽지는 복잡한 우정의 네트워크를 탐색하고,
지루한 수업시간을 견디고, 방과 후에 할 일을 계획하는 수단이었는데...^^
제가 초등학교(아니 국민학교) 다닐때는 교내에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우편함이 있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었는데
무수히 많은 글들을 종이라는 물성에 적어 주고받았던 기억이 나요.
지금은 문자메세지, SNS를 통해 언제든 대화할 수 있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바로 바로 전달할 수 있으니
쪽지에만 담을 수 있었던 따뜻한 정서를 다시는 만날 수 없겠죠?
조금은 서글퍼집니다.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알아가던 때가 그리워.
문자로는 같은 질문을 해도 미묘한 표정과 몸짓의 신호는 전달되지 않으니까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 같아
. 매력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요소가 배제되고
언어적 소통이나 조작에 얼마나 능숙한지에만 중점을 두게 되는 것 같고
.“
(278)
 
문자를 주고받다가 뉘앙스를 오해해서 불쾌했던 적이 있으실겁니다.
목소리톤, 표정, 몸짓을 동반해서 전달했다면 오해하지 않았을 상황도
건조한 문자 메세지로 인해 의미가 왜곡될 수 있죠
.
 
우리는 단문 메세지를 유난히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요.
즉각적인 메세지 전달이 가능하니까요.
그러나 각자의 개성과 성향이 배제된 채
텍스트 위주의 소통으로는 전할 수 없는 진심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몸짓도 표정도 하나의 언어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 좋았다는 식의 얘기를
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
다시 인터넷 없는 세상으로 돌아가자는 말은
더더욱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어요.
다만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잃어버리는지도 모르고 잃어버리는 것들을
기록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해요.

작가의 의도가 충분히 읽혔고,
잊혀진 그 시절 그 순간을 다시 떠올리며
추억에 잠길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물건들이 있고, 상황들이 있고,
감정들이 있고, 사람들이 있어요.
모두가 그 시절엔 소중했으나 지금은 다시 찾을 수 없는 유실물이죠.
지금 간직하고 있는 것들이
또다른 유실물이 되어 어딘가를 배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