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 김희재
2024-08-07조회 27
-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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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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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 크
한겨레문학상 심사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된 수상작이라고 해서 관심이 갔습니다.
'텅 빈 믿음과 믿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인간적 안간힘'에 관한 소설입니다.
탱크는 말 그대로 ‘텅빈 믿음’을 상징합니다.
하루하루 애씀과 노력으로
안간힘을 쓰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는 소설입니다.
지치고 힘든 순간에는 어딘가에든 기대고 싶어지죠.
기댈 수 있는 어떤 대상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때가 있습니다.
그 대상이 종교가 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이 될 수도 있겠죠.
이 소설은 끝끝내 무언가라도 믿어야 살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서울에서 세시간 떨어진 곳 숲속 공터에 자리잡은
컨테이너박스가 ‘탱크’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사람들은 그곳에 들어가서 기도를 합니다.
그곳에서 기도를 하고 나오면 마음이 편해지고
바라던 소망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이비종교처럼 보이지만
교주도, 교리도 없습니다.
탱크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의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탱크의 텅 빈 공간은 그들의 복잡하고도 공허한 마음을
그대로 품어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산불이 나고, 탱크가 불에 타버리고 맙니다.
삶을 살아내기 위해 무언가를 붙잡아야 하는데,
탱크가 사라지고 나니 사람들은 혼란에 빠집니다.
탱크가 특별한 이유는,
탱크가 꼭 있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믿음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살기 위해 반드시 붙들어야 하는 문제였다.
(106쪽)
항상 햇빛을 봐
어둠으로 들어가지 마.
가라앉지마.
(153쪽)
상당한 중량감과 주제 의식으로
믿음과 사랑의 의미를 믿는 역작이라고
평가받는 소설입니다.
믿음이 불가능해진 시대,
자기 성찰에 중독된 시대의 병통과
하루하루를 살아남기 위해 애써야 하는
개개인의 안간힘을 그린 작품입니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
그것은 같은 세계를 사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다정한 행위였다.”
위 문장이 이 소설의 전체를 아우르는
문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믿음으로
한 시대를 살아가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소설입니다.
* 덧붙임 : 이 소설을 쓴 김희재 작가의 본업은
음악을 듣고 믹스하는 일을 하는
엔지니어라고 해요.
의외의 직업이라서 놀랐던 기억이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