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 하재영
2024-05-27조회 133
-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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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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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과거에 내가 머물던 곳,
그리고 떠난 후 그리워하기도 했던,
나의 집에 대해 생각하게 한 책입니다.
한 사람의 내면에 단단하게 쌓아 올려진
집과 방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정희진 작가가 추천사에 썼듯이,
이 책은 자신이 살아왔던 집들을 하나하나
모두 불러냅니다.
그리고 그 시절 추억 속으로 돌아가게 합니다.
작가는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여성의 사회적 위치와 관계에 대해 환기시켰고,
가족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아주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날이 저물면
성이 다른 한 여성에게 무급의 노동이 집중되는
가부장제 만연한 집으로 돌아갔다.
그 모든 기억은 이제 하나의 질문이 된다.
집은 나에게 무엇인가?’
라고
자기만의 공간을 소유한다는 것은
자기만의 시간을 확보한다는 의미다.
반대로 자기만의 공간이 없다는 것은
자기만의 시간이 언제든 방해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엄마의 독서, 사색, 휴식은 수시로 멈춰졌다.
할머니가 집안일을 시키거나
아빠가 출출하다고 말할 때,
또는 나와 동생이 사소한 것을 요구하는 순간에.
(132쪽)
이 문장에서 한참을 머물러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많은 엄마들이 이렇게 살아왔을 거에요.
주방이 자신의 방이 된 채로....
숨을 공간 한평이 없는 채로...
집에 대해 쓰는 것은
그 집에 다시 살아보는 일이었다.
간절히 돌아가고 싶은 곳이 있었고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돌아가고 싶거나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은
공간이 아니라 시절일 것이다.
과거가 되었기에 이야기로서의 자격을 부여받은 시절.
나는 집에 대해 쓰려 했으나
시절에 대해 썼다.
내가 뭔가를 알게 되는 때는
그것을 잃어버렸을 때이다.
현재의 집이 가진 의미를 깨닫는 것도
이곳을 영원히 상실한 다음일 것이다.
아직 이 집은 한 시절이 되지 않았다.
(198쪽)
이 책을 통해 저 역시 과거의 한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내가 살았던 각각의 집에는 서로 다른 형태의
추억들이 있었다는 것을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본 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떠난 후에는
이 집도 또 다른 한 시절로 기억되겠죠?
작가는, 집이 한 여성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이야기,
또는 집을 통해 본 한 여성의 성장기를 통해
집이라는 '물리적 장소' 안에서
여성의 '상징적 자리'를
가늠해 보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이 시도를 통해 나의 이야기가
타자의 이야기가 되고,
타자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되는
연결성을 소망했고
사적 경험만이 아닌,
한 시대를 공유하며 성장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일반성과 보편성을
담고 싶었다고 합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집이라는 공간에 여성의 사회적 위치,
문제의식, 사랑을 모두 담아낸
작가의 뛰어난 필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에서 작가의 단단한 내면과 성품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작가의 소망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자기만의 방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자기만의 방에서 더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