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었떤 존재들 / 원도
2024-10-16조회 62
-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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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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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던 존재들
<경찰관 속으로>라는 독립출판물을 통해
원도 작가의 글을 처음으로 접했습니다.
작가 원도는 현직 여자 경찰관입니다.
이 책에는 경찰관으로 일하며 부딪힌 한계와
경찰 조직에 대한 비판, 용기있는 고백이 담겨 있습니다.
첫 책을 출간한 이후
세상의 따가운 시선과 질타도 많이 받았다고 해요.
그래서 다시는 경찰관의 삶을 밀접하게 다룬 책은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4년 만에 그 다짐을 접고
<있었던 존재들>을 통해 경찰관 이야기를 다시 하게 된 이유는,
'자신의 사사로운 경험이 사사로운 수준에 그치는지 묻고 싶었고,
사사롭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현 상황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책에는 사사로운 듯 보이지만
결코 사사롭지 않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이 책이 원도가 경찰관으로서 쓰는
마지막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참사가 벌어질때마다 ‘무능력한 경찰’,
‘신뢰할 수 없는 경찰’ 이라는 키워드가
뉴스를 뒤덮곤 합니다.
술 취한 자가 쏟아낸 오물을 닦아내고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시민을 끝끝내 참아내고
주민들이 불안해하니까 멀리 주차하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무거운 장비를 이고 지고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에게도
응원의 말은커녕 질타를 쏟아냅니다.
우리는 그런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영역의 일도 있는데
왜 우리는 보이는 것만으로
누군가의 삶을 판단하고 재단하는 걸까요?
빌어먹을 세상이라며 울고불고했지만
그럼에도 세상은 미묘하게 점점 나아지고 있다.
주위에서 나와 닮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둘 손을 잡아줄 테니까.
사는 동안 법과 제도, 사회의 인식이 변화하여
희망의 씨앗을 퍼뜨릴 수 있을 테니까.
이건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일 테다...
(32쪽)
세상 어딘가에는
희망이 남아 있을거라고 믿게 만드는 책입니다.
세상의 온도를 조금 더 끌어 올려주는 책입니다.
살짝 구겨져 있는 삶의 귀퉁이를
빳빳하게 펴주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