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게 될 것 / 최진영
2024-10-15조회 17
-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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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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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게 될 것
<구의 증명> <단 한사람> 등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최진영 작가의 신작 소설집
<쓰게 될 것>에는 총 8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습니다.
표제작인 <쓰게 될 것>은 제목처럼
소설집에 수록된 나머지 일곱 편 소설의 시원(始原) 역할을 하며
각 소설을 읽어내는 데 중요한 힌트를 제공합니다.
사랑하는 마음과 혼자 만들어내는 이야기,
죽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 타인을 돕는 마음 등
다른 소설의 조각들을 이 안에서 발견할 수 있어요.
이 소설집의 마지막 단편 <홈 스위트 홈>에는
심오한 문장들이 많이 나와요.
보통 인생은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고 생각하는데
이 소설 속에서는 "시간은 발산한다"라는 다른 해석을 했더라구요.
과거는 사라지고 현재는 여기 있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무언가가 폭발하여 사방으로 무한히 퍼져나가는 것처럼
멀리 떨어진 채로 공존한다는 해석이 인상적이었어요.
이 소설에는 말기암 환자인 딸이 화학적 치료를 거부하고
"살아본 적은 없으나 기억하는 집"을 짓기 위해
폐가를 찾아 나서는 모습이 등장하는데요.
아프면서도 공감이 됐어요.
다시 아플 수도 있고 어쩌면 나아질 수도 있고
또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누구나 겪는다는 결과만으로 그 과정까지
공정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딸은 마음속으로 결심합니다.
이제는 다른 것을 바라보며 살겠다고.
"마지막으로 내가 한숨을 쉬면 그건 사랑한다는 뜻이야.
비명을 지르면 그건 사랑한다는 뜻이야.
간신히 내뱉는 그 어떤 단어든 사랑한다는 뜻일 거야.
듣지 못해도 괜찮아.
나는 사랑을 여기 두고 떠날 거야.“
(287쪽)
고통으로 절규하는 순간에 나오는 한숨과 비명을
사랑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라는
딸의 말이 유언처럼 들려서,
그 장면이 상상되어서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소설은 누군가의 삶에 내 모습을 투영시켜
느끼고 깨닫고 가다듬게 하고
어떤 미래로 향하게 될지 예측하게 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