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호소의 말들 / 최은숙
2024-10-08조회 19
-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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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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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호소의 말들
국가인권위원회에는 한해 동안 1만건이 넘는 진정이 접수된다고 합니다.
인권위에 소속된 조사관은 진정인이 접수한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인권침해가 있었는지 직접 조사하는 일을 담당합니다.
이 책의 저자 최은숙은 2002년부터 인권위 최전선에서
인권위 조사관으로 일해오고 있습니다.
『어떤 호소의 말들: 인권위 조사관이 만난 사건 너머의 이야기』에는
저자가 20여년간 조사관으로 일하며 만난 피해자들과
그 사연을 바라보는 다정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선의와 열정과 용기를 담은 어느 조사관의
솔직한 고백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또한 이 책에는 인권위 조사관이 바라본 한국 사회
부끄러운 인권 감수성의 현주소가 낱낱이 드러나 있습니다.
최은숙 조사관은 사건의 사실 여부를 조사하는 것과 더불어
사실 너머에 있는 다양한 무늬의 진실을 헤아려 보려는 인권의 마음으로
사건과 진정인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인권위 조사관이라는 직업도, 역할도 어렴풋이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명확히 알게 되었고 그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인권위 조사관들은 자주 이런 푸념을 한다고 합니다.
'일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사람이 어렵다'라고.
'사건을 조사한다'는 것은 '사람은 만난다'는 말의 다른 표현인데
억울하지 않은 사람은 엇비슷한 이유로 억울하지 않지만
억울한 사람은 제각각의 이유로 모두 억울했다고 해요.
어떻게든 버티며 존엄을 지켜가는 이들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것은
칼이 아니라 한마디 말이나 태도일 수 있다.
문제가 되면 별 뜻이 없었다고 해명되기 일쑤인 그 언동들은
사실 평소에 우리 안에 내재된 차별과 편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차별과 편견은 어떤 존재를 한순간에 투명인간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110쪽)
혹시 여러분들은 너무 억울해서 죽을 것 같았던 경험이 있으실까요?
억울해서 잠도 못자고 밥도 못먹고 폭음을 하기도 했던....
억울한 마음은 불공평하거나 부당하다는 생각일 들 때,
오랜 노력이나 희생이 물거품이 되었을 때,
실수나 잘못에 비해 과한 처벌을 받았을 때
더욱 커진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며칠밤 설치는 것으로 훌훌 털어버리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 억울함때문에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결국 인생을 끝내기도 합니다.
억울함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인권에 관한 지식과 정보도 필요하지만,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마음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웅크린 말들'에 작은 스피커 하나를 연결해
세상에 조용히 울려 퍼지게 하고 싶어서
작가는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우리도 조금씩 조금씩 인권 감수성을 키워가면서,
편견 없는 말랑말랑한 마음으로,
누군가의 아픔을 외면하지 말고 끌어안고,
같이 소리쳐 주는 용기를 내보면 어떨까 싶어요.
우선은
"당신, 괜찮으세요?"라고 안부를 전하는 일부터
시작해보면 좋을것 같아요.
그래서 누군가의 아픔이 쉽게 잊혀지지 않도록,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만들어 가면 좋을것 같아요.
‘이야기가 된 고통은 고통받는 자들을 위로한다.(191쪽)’고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