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진 소녀 / 클레어 키건
2024-07-08조회 100
-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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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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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아일랜드 작가 클레어 키건의 국내 초역 작품인
<맡겨진 소녀>는
《타임스》 선정 ‘21세기 출간된 최고의 소설 50권’ 중
하나로 선정되었고,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분량은 중편에 가깝지만
중편 소설의 호흡이 아니기 때문에
작가 스스로 "긴 단편 소설"이라고 말하는 소설입니다.
아일랜드 시골 지역을 배경으로
어머니의 출산을 앞두고
여름 몇 달 동안 친척 집에 맡겨지는
어린 소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무심하고 거친 아버지,
다섯째 아이를 임신한 채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일과 밭일까지 신경 쓰느라 지친 어머니,
넉넉하지 못한 가정 형편으로
제대로 된 보살핌과 관심을 갖지 못하던
주인공 소녀는
경제적으로 넉넉하기는 하지만 아이가 없는
먼 친척 집에 맡겨지면서
처음으로 애정어린 보살핌을 받습니다.
아이는 먼 친척인 킨셀라부부의
살뜰한 보살핌 속에서
제대로 대답하는 법을 배우고
책 읽는 법도 배우며
따뜻한 계절을 보낸 뒤 집으로 돌아갑니다.
아저씨가 손을 잡자마자
나는 아빠가 한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아저씨가 내 손을 놔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힘든 기분이지만 걸어가다 보니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나는 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에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
(70쪽)
굉장히 함축적이고 여백이 많은 소설입니다.
간결한 단어와 간결한 문장을 통해
간결한 장면을 만들어 나갑니다.
어떻게 보면 다소 불친절한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독자들이 미루어 짐작하게 하고,
애써 설명하려 하지 않거든요.
구체적인 해석은 독자들에게 맡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로 하여금
수채화같이 아름다운 장면을 상상할 수 있게 해주는,
맑고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맘먹으면 1시간 만에도 읽을 수 있는
짧은 소설이지만,
그 어떤 두꺼운 책보다
감동을 선사하는 책입니다.
한 소녀가 두 집안의 상반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을 알아가는 성장소설로,
평단과 독자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각인시킨
뛰어난 소설이므로 꼭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쓸데없는 미사여구나 진부한 표현이 전혀 없습니다.
꼭 필요한 단어와 문장만 씁니다.
클레어 키건, 올해 저의 최애 작가로 등극했어요.^^
3월에 소개했던 <이처럼 사소한 것들>과 더불어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 덧붙임 : 이 책은 올해 5월 [말없는 소녀]라는
영화로 제작되어 개봉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