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수선화에게> 정호승
늦가을입니다.
날씨가 서늘해지니 문득문득 외로움이 고개를 들며,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
시가 떠오릅니다. 외로움은 도대체 무얼까요? 사전을 찾아보니 외로움은 ‘홀로 되
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이라 설명되어 있습니다. 왠지 충분치 않아 외국의 개념
도 뒤적여봅니다.
Loneliness: Loneliness is the unhappiness that is felt by someone because
they do not have any friends or do not have anyone to talk to. (외로움은
친구가 없거나 대화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누군가가 느끼는 불행이다.)
외로움의 정의에서 더 나아가 원인까지 찾아보니 존재론적, 문화적, 의미 있는 관
계의 결여, 관계 상실 등 그 원인이 다양합니다.
‘결혼 안 하면 외롭고, 결혼하면 괴롭다’ 는 우스갯소리도 있던데,
혹시라도 피할 수 없다면 외로움과 잘 지낼 방법이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자신에게 닥친 힘든 시간을 ‘외로움 수업’의 기회로 생각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그 시간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며 즐기기까지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한때는 드라마
PD로 명성을 떨치며 우리에게 재미있는 시트콤을 선사했던 분이죠. 바로 김민식
PD입니다. 그러나 그의 삶은 시트콤처럼 재밌지만은 않습니다. 저자는 엄혹한
2012년 MBC 노조 부위원장을 맡았다가 송출실로 좌천되며 드라마 PD와는 동떨
어진 직장생활을 해야 하는 인생의 위기를 겪습니다. 회사를 퇴사할 수도 계속 다
니기도 힘든 상황에서 저자는 외로움을 느끼지만, 그 7년의 세월 동안 해마다 200
여 권의 책을 읽고 매일 아침 블로그에 글을 올립니다. 그렇게 탄생한 책이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매일 아
침 써봤니?》,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공짜로 즐기는 세상》 등입니다. 외로움
은 그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탄생시키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외로움 수업은 Class 1 ~ 6 으로 구성되어, 어느 날 문득 찾아온 외로움, 마냥 좋을
수는 없는 외로운 생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화해하는 시간, 은퇴 후 외로움을
위한 작은 준비들, 외로움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방법 등 외로움의 삶을 건강하게
살아가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각 장의 마무리 부분에는 ‘셀프 쓰담쓰담’ 코너가
마련되어 나름 외로움 전문가인 저자에게 상황별 3가지로 요약된 외로움 극복의
비법을 코칭 받을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자신이 못났다고 느낄 때, 마음이 불안할
때,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을 때, 상처받기 싫어 마음이 닫힐 때, 외로움의 연습이
필요할 때 도움이 될 만한 방법들을 일목요연하게 상담받는 느낌이 들것입니다.
“외로움이 찾아오면 반갑다고 해주세요. 이제 나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온 겁니다. 다른 사람 눈치 살피고, 세상의 평가에 휘둘리느라 나를 잊고 살았는데,
그런 내가 나를 찾아온 겁니다. (중략) 삶은 여전히 하루하루가 다 선물입니다. 고
난과 시련까지도.” (p.294)
저자는 외로움이 찾아오면 반갑게 맞이하라며 삶은 고난과 시련까지도 하루하루
가 다 선물이라는 말로 책을 마무리합니다. 책 속 곳곳에 소개하는 좋은 책들과 문
장은 저자가 주는 특별선물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