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 박상영
2024-05-17조회 110
-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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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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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처음 만났던
작가 박상영의 에세이입니다.
사실 제목에 끌려서 읽게 되었어요.
제가 늘 되뇌이는 주문과도 같은 말이거든요. ㅎㅎ
박상영 작가는 직장생활과 작가로서의 삶
두 가지를 병행하다 지금은 전업 작가가 되었습니다.
20대 때보다 몸무게가 30키로 이상 늘었고,
다이어트에 대한 생각을 늘 품고 살지만
마음처럼 살이 잘 빠지지는 않는다고 해요
편리한 배달앱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야식과 함께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고백합니다.
우리 사회 미의 기준은 날씬한 몸,
그래서 ‘살이 쪘다는 것’은 ‘권력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씁쓸함을 말합니다.
정상의 범주에 포함되지 못한 비만인은
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내야 한다구요.
타인의 몸무게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하는 것,
그건 명백한 폭력이잖아요.
하지만 그런 폭력을 아무렇지 않게 휘두르는 사회,
참 불편하다고 일침을 가합니다.
이 책은 그저 다이어트만을 목적으로 한
산문집은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사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생이라는 명제 앞에서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바위를 짊어진
시지포스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나는 이제 더 이상 거창한 꿈과 목표를,
희망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내 삶이 어떤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내가 감각하고 있는 현실의 연속이라 여기기로 했다.
현실이 현실을 살게 하고,
하루가 또 하루를 버티게 만들기도 한다.
설사 오늘 밤도 굶고 자지는 못할지언정,
그런다고 해서 나 자신을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일은 그만두려 한다.
다만 내게 주어진 하루를 그저 하루만큼
온전히 살아냈다는 사실에 감사하기로 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와 같이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당신,
어떤 방식으로든 지금 이 순간을 버티고 있는 당신은
누가 뭐라 해도 위대하며 박수받아 마땅한 존재이다.
비록 오늘 밤 굶고 자는 데 실패해도 말이다.
(256쪽)
박상영작가의 글은 대체적으로 재미있지만
사이사이 서글픈 감정이 배어 있어서
웃기만 할 수는 없게 만듭니다.
가슴 서늘한 외로움과 왠지 모를 찌릿함과
먹먹함과 뜨거움이 공존합니다.
‘오늘밤은 굶고 자야지’ 결심하지만
손가락은 어느새 배달앱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가고
‘오늘은 최선을 다해 나 자신이 행복해지는 선택을 하면서
살아야지’ 다짐하지만
어쩔 수 없이 길을 잃은 채
현실과 타협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박상영 작가의 문체는 정말 단정하고 깔끔합니다.
단어 선택도 진부하지 않구요.
이 책 외에도
작가로서 입지를 탄탄히 다져가고 있는
박상영 작가의 다른 책들도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1차원이 되고 싶어>
<믿음에 대하여>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모두 엄청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