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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2024-05-14조회 173

작성자
김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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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2023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노르웨이 희곡작가 욘포세의 소설입니다.
욘 표세는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선정한
'살아있는 100인의 천재'에 이름을 올렸다고 합니다.
 
욘포세의 소설은 저도 처음 읽었는데, 생각보다 글이 어렵더라구요.
짧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앞으로 되돌아 가서 다시 읽고 또 읽었어요.
읽다 보면 엄청 헷갈려요.
현재를 말하는건지 꿈속 이야기를 하는건지 알 수가 없거든요.
근데 그 헷갈림이 재미로 느껴졌어요^^
 
아 그리고 소설을 읽다가 특이한 점을 발견했어요.
문장 끝에 마침표가 없습니다. 쉼표만 간간이 있어요.
그래서 뭔가 계속 이어지는 느낌을 받아요.
군더더기를 극도로 제한하는 미니멀한 구성, 반복되는 화법,
마침표를 배제하고 리듬감을 강조하는
특유의 시적이고 음악적인 문체가 특징입니다.
또한 평범한 일상 속에서 드러나는 삶과 죽음이라는 보편적인 문제,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예리하고 밀도있게 그려냅니다.
 
탄생에서 시작해 삶과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다루고 있는 소설인데,
탄생보다는 죽음 위주로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둠보다는 밝음을 엿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포근한 느낌마저 들어요.
 
'아침과 저녁'을 삶의 시작과 끝으로 비유하는데
탄생이라는 아침시간과 조우한 후
죽음이라는 저녁시간을 마주하기까지
무수히 많은 사랑, 우정, 선의와 선행들, 위로,
행복의 순간들을 지나가면서 공평하게 주어지는 인생을
어떤 색깔로 물들이고 어떤 음율로 수를 놓으며 살아갈지
생각하고 고찰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혼자가 된다, 마르타와 분리되어,
다른 모든 사람과 분리되어 혼자가 될 것이며,
언제나 혼자일 것이다, 그러고 나서, 모든것이 지나가,
그의 때가 되면, 스러져 다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왔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무에서 무로, 그것이 살아가는 과정이다,
(15~16)
 
사람은 가고
사물은 남는다.
(43)
 
이 세상에 홀로 태어나,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삶이겠죠?
우리에게도 곧 다가올 저녁의 시간, 죽음의 시간을
고통스럽게 표현하지 않고, 잔잔한 호수처럼 담담히,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그려내는 점이 좋았어요.
 
정여울 작가의 추천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드라마틱한 사건이 전개되지도 않고,
위대한 영웅도 등장하지 않지만
작가만이 가진 특별한 언어로 표현되어
그 자체로 아름답고 눈부신 이야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단편이지만, 죽음 속에 내재된 삶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장편보다 긴 여운을 남겨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