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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양도서관 독서동아리 서평 & 회원모집

2019-04-10조회 704

작성자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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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는 이 책의 별점을...... 다섯 개 드리겠습니다.”
 
강 회원이 말을 마치자 장내는 일순 소란스러워졌다. 다음은 또 다른 강 회원 차례였다.
 
“저 역시 5점 만점을 드립니다.”
 
이럴 수가! 이제껏 연거푸 만점이 나오는 경우는 없었다. 하나의 책이, 삶의 경험이 다를 수밖에 없는 여러 사람의 관점을 동시에 만족시키기란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박 회원의 순서가 왔을 때 그는 잠시 숨을 골랐다.
 
그는 오늘 일일 사회를 맡은 터라 누구보다 신중하고 조심스런 입장이었다.
 
앞서 별점을 매긴 분들의 말씀을 다시 한 번 마음으로 새겨보았다.
 
자본주의에 대해서 따로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다는 말씀, 그 이유는 태어나 보니 자본주의 사회였고, 마치 숨쉬는 공기처럼 그것에 어떤 이질감이나 문제점을 느낄 틈이 없었다는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다.
 
박 회원은 교육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우리의 교육은 왜 우리가 몸담은 사회 체제에 대한 충분한 토론과 진지한 논의를 허용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어째서 성인이 되어서 ‘스스로 찾아 읽고 배워야만’ 자신이 속한 체제가 가진 심각한 부작용에 대해 눈을 뜨게 되는 것일까?
 
약을 하나 구입하더라도, 약봉지에는 그 약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뿐 아니라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부작용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되어 있지 않나.
 
그런데 어째서 5000만 인구의 생명과 안전, 번영과 행복을 싣고 달리는 이 자본주의라는 기차에 대해선 누구하나 엔진룸이나 바퀴의 상태에 대해서 자세하게 점검하거나 교육하지 않는단 말인가.
 
이건 남과 북이 갈라져 있는 특수한 상황 때문이라는 정치적 논리로는 대답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남한의 자본주의가 가진 문제점을 알게 된다고 해서 그것이 곧 북한의 공산주의가 더 우월하다는 뜻이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본주의의 부작용에 대한 은폐는 비단 한반도에 국한된 것도 아니다.
 
그것은 전 지구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일종의 침묵의 카르텔이다.
 
“이 책은 저에게 마침표가 아니라 물음표입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서 대답을 얻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얻었습니다.”
 
박 회원이 입을 열었다.
 
“자본주의를 해체하고 나면 그 뒤는 어떻게 될까요? 몹시도 궁금한 이 질문에 대해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건 자신도 모른다고요. 자본주의의 각종 병폐와 문제점과 비인간성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던 책의 결말이 이렇다는 데에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자신도 모른다니요!
 
그때 저에게 어렴풋한 기억 하나가 소환되었습니다. 대학에 가서 처음으로 논술 시험지를 받았을 때의 그 막막함이 말입니다. 고등학교에서 풀던 4지선다형 객관식 문제에는 항상 그 네 개의 보기 안에 답이 있었습니다. 답이란 누군가 만들어서 넣어 놓는 것이지 자신이 창조해 내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대학에서 본 시험은 달랐습니다. 한 줄의 질문이 쓰여 있고, 나머지 빈 공간에는 내가 생각하는 답을 적어야 했습니다. 이건 마치 돛단배 한 척과 노 한 벌을 던져 주고 재주껏 저 바다 건너섬에 도착해보라는 것 같았습니다. 이럴 경우 사람은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생각을 해야 하고, 그 생각은 사고의 확장을 가져옵니다.
 
자본주의가 무너진 그 다음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누구도 경험해 보지 않았으니 당연히 아무도 모릅니다. 그런데 ‘모른다’는 것이 곧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다국적 기업을 위시한 침묵의 카르텔의 수혜자들은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이 ‘모름’을 ‘두려움’으로 변용합니다.
 
괜한 시도 하지 마, 그렇다가 잘못되면 어떻게 할 건데, 무슨 남까지 생각해, 지금보다 더 힘들어질 수도 있어..... 마치 부모가 자식에게 본인이 걸어온 길만을 강요하듯이, 자본의 수혜자들은 끊임없이 사회에 보수적 담론을 퍼트리고 사람들이 연대하는 것을 방해하며 새로운 시도에 대한 두려움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우리의 시야를 트이게 한 점은 무엇일까요? 저자는 우리가 열심히 풀고 있는 이 시험지를 똑바로 보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시험지 안에 우리가 고르고 싶은 답이 정말로 있는지, 아니면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멈추고 오직 출제자가 원하는 답을 찾아내려고 애쓰는 것은 아닌지, 진실로 생각해 보길 권유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자본주의 제품을 소비하고, 자본주의적 교육을 받은 우리가 자본주의가 아닌 새로운 답에 대해 생각해 본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입니다.
 
그런데 그 기적이 방금 일어났습니다. 우리는 이 책을 완독했으니까요. 제 앞에는 돛단배가 놓여졌고, 손에는 노가 쥐어졌습니다. 물론 두렵습니다. 그렇지만 저 바다 너머 무엇이 있을지 두려움보다 더 큰 설렘으로 힘차게 노를 저어가보고 싶습니다.”
 
 
 
-4월 선정도서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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