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립통합도서관

검색 열고 닫기

검색

검색

참여자게시판

효양도서관 독서동아리 2월 후기(리뷰)

2019-02-26조회 819

작성자
박**
이메일

1.
초저녁 평소보다 일찍 떠오른 샛별을 우연히 바라볼 때의 기쁨처럼,
이번 봄은 여느 해보다 조금 빨리 우리를 찾아와준 듯싶어 마음이 포근해집니다.
 
냉이며 달래, 두릅을 캐러 황토빛 밭을 찾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2월의 어느 아침, 

독서동아리 회원들이 효양도서관 측의 배려로 문화강의실에서
독서토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아래는 이번 달에 독서토론을 진행한 도서 <책도둑>의 리뷰입니다^^
 
 
2.
평생을 살면서 남의 것에 단 한 번도 손을 대본 적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손을 번쩍 드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혹시 당신이 결혼한 사람이라면.....
아, 그대는 벌써 다른 사람의 마음을 훔친 사랑의 도둑.
 
우~~~ 여기저기서 비난이 빗발치는 것 같군요. 무리수를 인정합니다.

그러고 보니,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인데 훔쳤다고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렇다면 책은 어떨까요?
 
책을 훔쳐서 어떤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게 아니라
단지 필요한 누군가에게 읽어주었다면요.

또한 그 책은 평소에 아무도 읽지 않는 것이었고,
잠시 빌려 본 후에는 처음에 있던 그 자리에 그대로 되돌려 놓았다면요.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고 오히려 누군가에겐 도움이 된
이 희한한 절도사건(?)에 대해서 당신은 어떤 죄를 물으시겠습니까?
 
아, 바로 대답을 하기엔 조금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시겠죠. 

그러면 소녀가 처음으로 책을 훔치던 그날의 상황으로 돌아가보면 어떨까요?
 
 
3.
 
소녀는 남동생과 함께 양부모에게 입양이 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애들 친엄마는 어디 있냐고요?
소녀와 함께 같은 기차에 타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멀쩡히 있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자식을 의탁하는 것은 상당히 뻔뻔한 일입니다.
물론 그 말이 옳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엄마가 공산주의자가 아닐 때에 한해서만 옳을 수 있습니다.
 
1939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의 독일 사회에서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힌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당시 독일에서 유태인과 공산주의자는 독일이 쳐부숴야 할 절대악? 병원균? 벌레? 처럼 혐오되며
죽음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고.... 그러고 보니 21세기 우리나라라고 별반 다르진 않네요. 아직도 ‘빨갱이’란 말이 곳곳에서 나오는 판이니까요.)
 
이번 여행의 목적은 엄마가 본인이 처형되기 전에
아이들을 독일인 가정에 입양을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떡하죠.
엄마의 바람은 정확히 반만 이뤄졌네요.

그날 열차 안에서 아들이 돌연 숨을 거뒀기 때문입니다.
 
오해는 하지 마세요.
이 죽음에는 아무런 정치적인 이유가 없습니다.

사상의 탄압도 없었고, 정부의 억압이나 고문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무엇도 탓할 수 없는 그런 자연적인 이유로 죽습니다.
소년의 경우도 그랬습니다.

그냥 ‘죽음’이 찾아온 것입니다.
 
여기서 죽음이 찾아왔다는 표현은 시적인 미사여구가 아니랍니다. 
실제로 ‘죽음’이란 이름을 가진 인격적 존재가 있어서,
그가 소년을 찾아왔기 때문에 소년이 죽었습니다.

(놀라지 마세요. 이 책의 화자가 소년을 데려간 그 '죽음'입니다.)

어쨌든, 창졸간에 동생을 잃은 소녀의 가슴에는
삶의 허무를 향한 커다란 구멍 하나가 뚫립니다.
 
철도 관리인들은 동생의 시체 처리를 놓고 옥신각신하다가
기찻길 옆에 묻기로 합니다.

곡괭이질로 언 땅을 파내고 아이 하나가 간신히 누울 만한 구덩이를 만든 다음,
소년의 시체를 던져 넣고 그 위로 파낸 흙을 되덮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일꾼의 주머니에서 책 한 권이 툭 떨어지는데요,
그는 삽질에 빠져서 그런 줄도 모르고 있습니다.

소녀가 손을 뻗어 떨어진 책을 집어 듭니다.

남의 책을 주웠으면 돌려주는 게 정상이겠지요.
하지만 소녀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외려 그것을 코트 깊숙히 얼른 숨깁니다.
 
소녀는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요? 혹시 그 책을 갖고 싶었던 것일까요?
대체 왜요?
혹시 책의 제목에 끌리기라도 한 것일까요?

정말이지 그럴 리는 없습니다.
자신이 문맹임을 소녀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소녀가 훔친 책이라......

이것처럼 이상한 문장이 또 있을까요.
 
 
4.
 
소녀의 이름은 리젤,
그녀를 입양한 독일인 양부모의 이름은 한스와 로사입니다.

한스는 배려깊고 친절하며 인간미 넘치는 아버지이고,
로사 역시 겉은 무뚝뚝하나 속정이 깊은 어머니입니다.

리젤에게는 그의 첫 친구인 루이와
독일군에게 쫓기듯 숨어들어왔지만 리젤의 정신에 커다란 흔적을 남기는 막스도 있습니다.
 
이들 모두는 전쟁의 참혹함과 냉엄한 이념의 폭력 속에서도
리젤로 하여금 자신이 인간임을 잊지 않게 해 준 성장의 동반자였습니다.
 
제가 여기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모두 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앞으로 이 책을 읽을 당신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까요.
 
다만 이 한 가지는 꼭 말하고 싶네요.
 
착한 사람도 가끔은 나쁜 짓을 저지르고,
나쁜 사람들 사이에도 선한 사람은 반드시 섞여있다는 것을요.
 
독일은 전범국가이지만 그 국민 모두가 악은 아니었으며,
거기엔 한스와 로사처럼 나치에의 부역을 혐오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유태인과 공산주의자들을 도왔던 ,
진실로 큰 용기를 지닌 독일 시민들도 있었다는 것을요.
 
그리고 우리가 사는 이곳에도 역시, 인간애의 실현을 믿으며
끝까지 그 신념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 이웃들 사이에서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그 아름다운 진실을 말이죠.

 

 

 

 

skypark77@daum.net